거제 계룡사 대웅전 화재
“술 못 마시게 해” 앙심으로 방화
소실 복원 추진위 구성
경상남도 거제시 계룡산 아래엔 ‘계룡사’라는 작은 사찰이 있다. 조용하고 고즈넉한 절이 최근 한 50대 남성으로부터 방화 당했는데, 그가 불 지른 이유가 공개되자 누리꾼 모두 분노에 빠졌다. 제법 황당한 이유라고 하는데.
지난 3일 계룡사에 화재가 발생했다. 원인은 고의적인 방화로, 피의자로 50대 남성 A씨가 붙잡혔다. 거제경찰서는 사찰 건물에 불을 지른 혐의로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이날 자정께 절에 들어가 라이터로 대웅전의 커튼에 불을 붙였다. 불길이 순식간에 올라 법당 내부 물품 등이 다 타면서 대웅전은 전소됐다. 소방서 추산 재산 피해 규모는 3,900만 원 상당이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고, 때마침 옆 전각에서 기도를 마치고 나오던 신도가 재빨리 소방서에 신고해 불이 도량 전체와 계룡산으로 번지는 것을 막았다. 지역 특성상 인근 조선소 근무자들이 3교대 근무를 마치고 야간에도 절을 찾는 경우가 많아 법당을 개방할 수밖에 없었던 게 부작용이 됐다.
피의자는 왜 사찰에 불을 질렀을까? 이유는 겨우 ‘술’ 때문이었다. A씨는 범행 직전 계룡사에서 무료로 주는 절밥을 먹으며 소지하고 있던 술을 꺼내서 마시려고 했다. 사찰 관계자는 이를 제지했고, 여기에 앙심을 품은 A씨가 새벽에 몰래 침입해 불을 지른 것.
심지어 A씨는 범행 당일 새벽, 계룡사 인근 아파트 주차장에서 택시 기사와의 시비 문제로 택시 차량에도 불을 낸 것으로 밝혀졌다. A씨가 화재 발생 3시간여 만에 붙잡힌 곳도 인근 주점이라 전해졌다.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애먼 사찰이 ‘술꾼’ 남성에 의해 불에 탄 것에 분노를 표출했다. 이들은 “나이가 50이 넘었다. 스스로 부끄러운 줄은 알아야지”, “절에선 기도를, 술은 술집에서”, “똑같이 화형 시켜라”, “절에서도 술을 마실 생각을 한다는 건 자제할 줄 모르는 인간이고, 그런 인간들은 짐승만도 못하다” 등 비방의 목소리를 높였다.
어처구니없는 만행으로 대웅전을 잃은 계룡사는 다시 건물을 세워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대웅전 소실로 사찰과 지역주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이에 지역 불교계는 ‘거제시민의 안식처 계룡사 방화소실 복원 추진위원회’를 꾸리고 이른 시일 내 대웅전을 새로 조성하기로 뜻을 모았다.
한편 A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다. 우리 형법은 사람이 있는 건물 등에 불을 지르면 처벌하고 있다. 처벌 수위는 무겁다. 인명 피해가 없었더라도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