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숙박료 ‘바가지 논란’
여행 수요 이탈…예약율 반토막
일본, 무비자·엔저 수요 폭증
코로나19로 해외 여행길이 막히자 대체 휴가지로 떠오르며 한때 호텔 예약률이 80~90%에 육박했던 제주도의 여행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최근 해외여행 빗장이 풀리고, 코로나19 특수로 크게 올랐던 요금에 대한 여행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리조트와 호텔을 운영하는 해비치는 10월 말 90%까지 찍었던 예약률이 11월 60% 아래로 추락했다. 1,600실을 운영하는 제주 드림타워 내 그랜드하얏트도 60%를 웃돌던 예약률이 11월 40%대로 내려앉았다. 특급호텔인 신라와 롯데 예약률도 전달보다 5~10% 하락했다.
이 가운데 항공편 공급도 줄어들며 짭짤한 코로나19 특수를 누렸던 제주 관광 시장에 경고등이 켜질 전망이다.
제주관광공사가 지난해 내국인 관광객 4,500명을 대상으로 제주 여행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2019년 4.09점 이후로 매년 하락세를 보였다. 세부 항목별로 여행 경비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낮았고, 구체적인 불만 사항으로 바가지요금 등 물가에 대한 불만족 비율이 57.4%로 가장 높았다.
언론 인터뷰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도를 다녀온 A씨는 “물가를 보고 놀라는 수준을 넘어 기분이 나빴다”며 제주산 돼지고기 10만 원, 경차를 하루 빌리는데 10만 원이 넘게 들었다고 밝혔다. 특급호텔 숙박비는 하루 100만 원, 풀빌라는 200만 원 이상이었다. 적당한 에어비앤비 숙소도 1박에 50만 원이 넘었다. 서울 시내 웬만한 특급 호텔보다 비싼 수준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여행객들은 “돈이 없어서 해외여행 간다”, “제주 가느니 동남아 간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 11일부터 무비자 입국을 재개한 일본 여행의 수요가 크게 늘었다. ‘엔저’ 현상까지 더해지며 엔화가 32년 만에 100엔당 1,000원을 밑돌고 왕복 항공권을 20~30만 원대에 구할 수 있어 ‘어지간한 국내 여행보다 싸다’는 반응이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에 따르면 일본 무비자 입국이 재개된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 첫 주간 한일 노선 여객 수는 9만 4,427명으로 일주일 만에 10만 명에 육박했다. 이는 단체 관광만 가능했던 지난 9월 총여객 수 약 16만 7,000명의 절반을 넘는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