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취업 고민하는 간호사들
전공의 파업으로 업무 강도 상승
미국 간호사 연봉은 한국 2배 이상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의 파업이 장기화되자 해외 취업을 고민하는 간호사들이 늘어났다고 한다.
최근 연합뉴스는 관련 내용을 보도하며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20년 이상 근무했다는 간호사 A씨를 만났다. 그는 “1년에 10명 중 2∼3명은 그만둔다”며 “아예 다른 직업을 찾는 사람도 있지만, 미국이나 호주 등지에 간호사로 취업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전공의 파업으로 의사 업무를 대신하고 있는데, 지난해 간호법 제정 논의 당시에 ‘의사 면허 업무를 침해하면 안 된다’며 간호법이 물거품된 바 있다.
업무량과 강도는 높아졌는데 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 지칠 대로 지쳤단 입장이다.
또 다른 간호사 B씨는 미국으로의 이민을 고려하고 있다. 그는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간호사를 보호해 줄 간호법도 있고 업무 강도 대비 보상도 좋다”고 했다.
실제로 간호사의 미국 유출은 이전부터 이어지던 현상이었다.
미국 간호사자격시험 주관기관인 NCSBN 통계에 따르면 미국 간호사 시험에 응시한 한국인 수는 2022년 1816명에서 2023년 3299명으로 81.7% 늘었다.
2021년엔 650명도 되지 않았다. 국가별로도 상위 5위 밖이었으나 2022년부터 3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4년제 졸업간호사의 평균 1년 연봉은 1억232만원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같은 4년제 간호사라도 연봉 수준은 4745만원에 그친다. 미국의 반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다만 간호사들은 ‘연봉이 다가 아니다’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은 간호사 업무 규정을 별도로 분리해 간호사의 자격·처우 등의 개선을 골자로 한 ‘간호법’에 결국 거부권을 행사했다.
간호사의 1인당 월평균 초과근무 시간이 15.5시간이고, 담당 환자 수가 1인당 10명 이상인 현실인데도 근무 환경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니 회의감을 느낀다고 한다.
한 간호사는 이러한 상황 때문에 한 달 근무 중 점심을 먹은 적이 세 번도 안 된다고 밝혔다.
잠시 자리를 비울 새도 없이 바쁘고 손이 모자라기 때문에 어떤 간호사는 화장실을 가지 않으려고 일부러 물을 안 마신다고 한다.
이에 간호계는 “간호법은 간호사의 업무환경 개선뿐 아니라 환자 개개인이 누릴 의료 서비스의 질과도 직결돼 있다”고 주장했었다.
현재 파업 전공의 대신 투입된 간호사들도 사정이 마냥 좋은 건 아니었다. 이들은 파업이 끝날 때쯤 실직하게 될까 걱정이 앞서고 있다. 파업으로 병원 수입이 줄어 경영 악화가 심화하다 보니 당장의 급여나 병원이 문을 닫을 수 있다는 걱정을 하게 된다고 한다.
일부 병원의 간호사들은 무급 휴가를 사용하고, 이들은 일 급여가 15∼20만원 정도 차감돼, 5일이면 월급에서 100만원이 줄어든다고 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향후 의사 대체 수행 간호사를 증원할 예정이라 밝혔다.
한편 정부는 2일 상급종합병원의 간호사가 지역 2차 병원에서 근무하는 방안을 검토해 시행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께서 상급종합병원 간호사가 종합병원에서 근무할 수 있는 방안 마련 등 진료 협력 강화를 지시했다”며 “정부는 조속히 대안을 마련하고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약 4877명의 진료지원 간호사에 더해 1900명을 추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에겐 근무에 어려움이 없도록 교육·훈련 지원과 수당 지급 등 재정 지원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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