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시아에 이어 동남아에도
선거 기간에 만 표 구걸
방향 잃은 한국 축구 현실
지난 1일 아시아축구연맹(AFC)는 바레인 마나마에서 제33차 총회를 열어 AFC 회장, 부회장, 집행위원, 국제축구연맹(FIFA) 평의회 위원 등 선거를 진행했다. 이날 한국 축구계가 가장 주목한 것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이 출마한 FIFA 평의회 위원이다.
하지만 일말의 기대는 산산이 부서졌고, 그 속내를 들여다 봤을 때 결과는 더 참혹했다. 정몽규 회장은 AFC 46개 회원국 중 19표를 받았는데, 18표를 받은 중국의 두자오카이와 나란히 낙선한 것. 이로써 FIFA 평의회 위원은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순서로 채워졌는데, 이는 한국 축구가 지난 2023 아시안컵 유치 경쟁에서 카타르에 밀린데 이어 동남아시아에도 밀리는 현실을 확인한 셈이다.
인판티노 회장 체재 아래
한 차례 변화 겪은 평의회
FIFA 평의회는 FIFA의 최고 집행 기구로 지안니 인판티노가 2016년 FIFA 회장직에 오르며 이전의 집행위원회를 평의회로 바꾼 것이다. 만약 평의회 위원으로 당선될 경우 월드컵을 제외한 FIFA 주관 대회 개최지, 대륙별 참가국 숫자, 연간 사업 계획 등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얻게 된다.
이에 정몽규 KFA 회장은 연말연시를 비롯한 설 연휴를 뒤로 한 채 지지를 얻기 위해 아시아 각국을 돌아다녔다. KFA는 과거 4선에 성공한 셰이크 살만 빈 에브라힘 알 칼리파 AFC 회장이 지지를 표했다고 알려지기도 했지만, 결과는 참패로 나타났다.
아시안컵 유치 경쟁에서는
실리 없이 명분만 내세워
물론 FIFA 평의회 위원직이 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다만 지난 2023 아시안컵 유치 경쟁에서 KFA가 내세운 무기를 살펴봤을 때 이러한 결과는 당연하다는 목소리다. 당시 유력한 경쟁자였던 카타르는 대회 출전국 협회 및 선수단 지원, 인프라 구축, 상업성 극대화 등으로 아시안컵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반면에 KFA는 지역별 순환개최 논리, K-POP 등이 전부였던 것. 게다가 코로나19 여파로 AFC 챔피언스리그 등의 주요 대회 개최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어떠한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도 않았다. 이에 한 축구 관계자는 “AFC가 간절하고 절박할 때 KFA와 서아시아는 전혀 다른 길을 택했다. FIFA 재입성을 원했다면 대륙내 기반부터 챙겨야 한다”고 비난했다.
2년 남은 KFA 회장 임기
국제 신뢰도 회복 가능할까
정몽규 회장의 낙선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5년 FIFA 집행위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떨어진 바 있는데, 2년 뒤 FIFA 평의회 위원으로 당선됐다. 이는 1994년 정몽준 KFA 명예회장 이후 역대 두 번째인 셈. 하지만 이어진 2019년 선거에서 재선이 무산됐고, 올해 다시 한번 고배를 맛보며 3회 낙선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번에 선출된 FIFA 평의회 위원의 임기는 2023년부터 2017년까지 총 4년으로, 회장직에는 단독 입후보한 셰이크 살만이 투표 없이 연임에 성공했다. 이에 과연 2년 뒤 KFA 회장 임기가 끝나는 정몽규 회장 체재에서 바닥까지 떨어진 한국 축구의 외교력이 되살아 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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