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군 황금박쥐상
제작비 30억 원 들여
금값 인상으로 가치 5배
우리나라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특색을 알리기 위해 조형물을 만들곤 하는데, 때론 들인 비용에 비해 형편없는 완성작이 나왔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혈세 낭비’라며 비판했다. 함평 황금박쥐상도 그 중 하나였지만, 최근 평판이 바뀌었다고 해 화제가 되고 있다.
오래전 한반도에서 멸종한 것으로 알려졌던 황금박쥐(붉은 박쥐)가 1999년 전라남도 함평군 대동면 일대에 집단 서식하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함평군은 관광 상품화를 위해 2005년 군비 약 30억여 원을 들여 조형물을 제작했다.
순금 162㎏과 은 281㎏으로 만든 일명 ‘황금박쥐상’은 가로 1.5m, 높이 2.1m 크기의 은으로 된 원형 조형물에 순금으로 만든 6마리의 황금박쥐가 날갯짓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완성된 황금박쥐상은 전시관에 전시됐다.
재료로 쓰인 순금 매입(2005년) 가격만 27억 원이었지만, 전시관 접근성이 떨어져 관람객 수가 많지 않자 예산 낭비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함평군의 ‘애물단지’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그러나 요즘 황금박쥐상의 위상이 달라졌다. 절도의 대상이 되기도 한 ‘가치 있는’ 조형물이 되었다. 최근 금값이 엄청나게 치솟았기 때문이다.
현재 금 평균 시세는 그램(g)당 8만 원대 중반이며, 이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황금박쥐상의 현 가치는 137억 원으로 추정됐다. 24일 기준 순금 1돈(3.75g)을 살 때 35만 1,000원에 거래될 정도로 금값이 급등했다.
사실 황금박쥐상의 가치가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금값이 급격히 오를 때마다 황금박쥐상이 함께 언급되곤 했다. 과거에 한 번은 절도 범행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2019년 3월, 3인조 절도범이 황금박쥐상을 노렸다. 이들은 정문 외부 셔터문에 달린 자물쇠를 제거하고 이를 들어올리려고 하다가 경보가 울리자 유리창을 깨러 가져온 해머를 내팽개치고 달아났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이렇게 귀한 몸이 된 황금박쥐상은 오는 28일부터 열리는 함평나비축제 기간에 일반에 공개된다. 함평군은 “금값이 상승하다 보니 황금박쥐상에 대한 관심과 문의가 많다”며 “관광객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안전한 전시 장소를 물색 중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