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이유식 논쟁
“잘못하면 전부 식당 책임”
vs “서비스로 여겨야”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외식 한 번 하기 참 어렵다. 아이의 행동이 다른 손님에게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무엇보다 아이도 먹을 수 있는 메뉴를 고르는 게 힘들다. 특히 이유식 단계라면 이유식을 싸서 식당에 가는 경우도 많을 텐데, 이를 두고 ‘민폐 논란’이 벌어졌다.
얼마 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식당 주인이 말하는 이유식 진상인 이유’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식당 사장이라고 밝힌 작성자 A 씨는 “(이유식을 데워 달라고) 정중하게 부탁하는 것도 진상이라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외부에서 가져온 음식이라도 식당 주인이 허락한 뒤 문제가 발생하면 식당이 모두 책임져야 한다는 걸 근거로 이유식을 데워 달라는 손님을 진상으로 몰았다. 그는 “식당에서 이유식을 너무 뜨겁게 데워서 애가 화상이다? 소송 걸면 식당 측에서 책임져야 한다. 이유식이 차가워서 배탈 났다? 중탕할 테니 뜨거운 물 달라고 해서 줬다가 쏟아서 화상 입었다? 다 식당 책임”이라며 “웃기지만 법이 그렇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떤 문제가 생길지 모르는 외부 음식, 이유식이라는 존재 자체가 달갑지 않다”며 “이유식으로 식당 테이블보를 더럽혀도 손님 측은 배상의무가 없는 게 법이더라”라고 했다. 또 “저도 처음엔 호의로 이것저것 해드렸지만, 법과 상황은 결국 자영업자에게 불리하더라”며 “자영업자들을 조금만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이 글에 댓글이 1,000개 이상 달리면서 누리꾼들은 이유식을 데워달라는 부모의 요청이 민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두고 뜨거운 갑론을박을 벌였다.
‘민폐가 맞다’고 본 누리꾼들의 의견은 이러했다. 이들은 “나는 아이 키울 때 이유식은 대부분 차 안에서 먹였다”, “식당에서 아기가 이유식 먹고 있는 걸 봤는데, 깨끗하게 안 먹어서 비위가 상했다”, “식당 주인이 데워주면 한 번에 감사하다고 하는 법이 없더라. 아이 부모들 온도 가지고 갑질한다” 등의 의견을 냈다. ‘식당의 호의를 권리로 여기는’ 일부 손님들을 저격하기도 했다.
반면 다른 누리꾼들은 “혐오의 시대다. 아이랑 부모를 사지로 몰아가는 나라가 있을까?”, “외국에서는 식당마다 아기한테 인사도 해주고 필요한 것이 있는지 물어본다”, “아기는 식당에서 그럼 무엇을 먹느냐? 서비스로 해줄 수 있다”, “이유식이 왜 진상이지? 서비스 정신없이 장사를 어떻게 하냐” 등의 반응으로 민폐가 아니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처럼 하지만 ‘각박하다’는 취지의 의견이 대다수였다. 한 누리꾼은 논쟁의 불씨였던 작성자 A씨를 향해 “차라리 노키즈존‘을 운영하라”는 충고도 전했다.
한편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7∼2021년 숙박·음식점에서 발생한 어린이 안전사고는 3,189건이다. 주택과 도로·인도, 교육시설, 놀이시설에 이어 5번째로 많다. 2021년 한 해에만 350건이 넘는 어린이 사고가 숙박·음식점에서 발생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