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그룹 이해욱 회장
‘운전기사 갑질 사건’ 논란
사익 부당 편취로 유죄 선고
영화나 드라마 등 미디어에서 ‘재벌 3세’는 보통 안하무인의 망나니로 표현되곤 한다. 돈과 지위를 믿고, 다른 사람들을 함부로 대하고, 범죄까지 저지르는 못된 사람으로 말이다. 현실은 미디어와 다르면 좋겠지만, 여기 운전기사에게 갑질했던 재벌 3세가 실제로 존재했다.
국내 대표적인 건설사 DL그룹(옛 대림그룹) 3세 이해욱 회장은 엘리트 코스인 경복초, 중앙중, 경복고를 졸업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석사학위까지 받았다. 1995년 당시 대림산업의 계열사인 대림엔지니어링 입사를 시작으로 계열사 관리 직책을 역임하다 2010년 대림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해욱 회장은 경영 업적보다 사생활이나 인성에 관련된 논란이 상당히 많은 인물로 유명해졌다. DL그룹 창업주 일가는 기부와 선행을 실천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업계 호평이 자자했으나 그 이미지를 이 회장 하나로 다 깎아 먹었다.
대표적인 일화로 2016년에 폭로된 ‘운전기사 갑질 사건’이 있다. 그해 3월, 당시 부회장이던 이 회장은 수행운전기사에 대한 폭언과 폭행 등 과도한 ‘갑질’로 언론에 보도됐다. 자세한 내막이 공개되자 사람들은 이 회장의 만행에 경악했다.
과거 이 회장의 운전기사였던 A씨는 이 회장 밑에서 보름 남짓 정도 일했을 뿐이지만, 그 기간이 “마치 지옥 같았다”며 치를 떨었다. 그의 기억에 따르면 이 회장 차량을 운전하면서 앞차와의 간격 유지 때문에 골머리를 썩였다.
주로 신호대기 상태에 있다가 이 회장의 지시대로 ‘서서히, 미동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출발을 하게 되면 당연히 쭉쭉 뻗어가는 앞차와의 간격은 벌어지기 마련이다. 이때 이해욱 회장의 욕설과 폭행이 시작된다. 이 회장은 A씨에게 “붙여, 이 XXX야”, “이 XX야, 똑바로 못해”라는 폭언을 쏟아냈다고 한다.
또, 핸들을 돌릴 때 무조건 한 번에 돌리고 풀어야 했다. 예를 들어 코너를 돌 때 미처 한 번에 꺾지 못해 핸들을 풀었다가 다시 돌리게 되면, 또다시 뒤통수에서 욕설이 쏟아진다. 이 회장은 한창 운전 중인 기사의 머리를 뒤에서 마구 때리기도 했다.
제일 힘들었던 건 이해욱 회장의 ‘사이드미러 접고 운전하라’는 지시였다. A씨는 “대기업 임원을 뒷자리에 태우고 룸미러와 사이드미러 없이 운전하는 것은 극도의 스트레스와 공포를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이렇게 목숨까지 위협받는 갑질을 당한 건 A씨뿐만이 아니었다. 당시 업계에선 이 회장의 운전기사는 ‘상시 모집’이었다. 채용된 기사 모두가 길어야 2주를 버티고 그만뒀기 때문이다. 이미 이 회장은 ‘욱해(이름 ‘해욱’을 거꾸로 한)’로 악명이 높았다.
하지만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쳤다. 이 회장은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재판받았지만, 고작 벌금 1,000만 원형을 받았다. 약한 벌을 받아서였을까, 그로부터 2년 뒤인 2019년 이해욱 회장은 부회장에서 승진해 회장 자리에 올랐다.
회장이 된 이후엔 조용히 경영에 몰두하나 했더니 최근 충격적인 근황이 알려졌다. 이해욱 회장은 지난해 11월, 계열사를 동원해 개인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심에서 유지를 선고받았다.
이 회장은 DL그룹의 호텔 브랜드 ‘글래드‘(GLAD) 상표권을 자신과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인 APD에 넘겨주고 자회사인 오라관광(현 글래드호텔앤리조트)이 사용하게 해 수익을 챙겼다. 이들은 2016년 1월∼2018년 7월 APD에 수수료로 31억 원을 지급했다.
이에 재판부는 총수 일가가 사익 편취를 위해 계열사를 이용한 것”이라고 판단해 이해욱 회장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벌금 2억 원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