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주요 메뉴 바로가기 (하단)

노지마의 1조 4천억 원의 승부수…히타치와 일본 가전 재건 나선다

bizjournal 조회수  

히타치×노지마가

●이 기사의 요점
2026년 4월, 노지마가 히타치의 가전 사업을 약 1,100억 엔(약 1조 원)에 인수했다. 제조와 유통을 결합한 모델로 전환하면서 고객 데이터를 제품 개발에 직접 연결하는 ‘마켓 인(시장 주도)형’ 제조가 본격화한다. 제품의 서비스화와 틈새시장(니치 톱) 전략을 결합해, 일본 가전은 ‘고부가가치 프리미엄’으로서 세계 시장에서 재도약을 노린다.

4월 21일, 가전 업계에 잔잔한충격이 퍼졌다. 노지마가 히타치제작소의 자회사 히타치 글로벌 라이프 솔루션즈(히타치GLS)의 가전 사업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인수 총액은 약 1,101억 엔(약 1조 원)이다. 노지마는 특수목적법인 통해 신설 법인의 지분 80.1%를 취득하고, 히타치GLS가 나머지 19.9%를 보유하는 구조다.

히타치GLS의 2025년 3월기 매출은 3676억 엔이며, 이 가운데 가전 사업이 약 60%를 차지한다. 일본 국내외 직원 7000명은 신설 회사로 이동한다. ‘히타치’ 브랜드는 유지되며, 노지마 외 다른 가전전문매장 점에서도 계속 판매된다.

이 거래를 “일본의 전통 제조사가 가전전문매장에 흡수됐다”고만 보는 것은 단순한 해석이다. 오히려 이번 인수는 제조와 판매가 긴밀하게 결합하는 ‘제조 및 판매 일체형’이라는 새로운 일본 가전 모델의 탄생을 알리는 사건에 가깝다.

패배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제조 체제로의 전환

히타치제작소는 리먼 사태 직후인 2009년 3월기에 7,873억 엔(약 7조 4천억 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뒤로 ‘선택과 집중’을 해왔다. 철도·전력·IT 서비스 등 인프라 영역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가전은 비핵심 사업으로 축소해온 분류해왔다.

노지마의 노지마 히로시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히타치가 쌓아온 기술을 가전전문매장 현장에서 접하는 고객 요구에 맞추면 훌륭한 상품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핵심은 여기에 있다. 노지마가 단순한 ‘판매자’에서 ‘개발 참여자’로 바뀌면, 소비자의 실제 불편과 요구를 제품 설계에 곧바로 반영할 수 있다. 이는 소비자 수요에서 출발하는 ‘마켓인’ 방식의 제조다. 기존 제조사 주도의 ‘프로덕트아웃’ 방식과 가장 크게 다른 지점이다.

전략 컨설턴트 다카노 아키라는 “제조와 판매가 분리되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며 “앞으로는 소비자 접점 데이터를 가진 유통업체가 제품 기획의 주도권을 쥐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가 다시 ‘재팬 퀄리티’를 찾는 이유

일본 가전 시장 규모는 2024년 약 323억 달러(약 48조 원)로 평가됐으며, 2032년에는 약 495억 달러(약 7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성장률은 5.59%로, 스마트 가전과 AI 대응 제품의 보급이 성장을 이끌고 있다.

글로벌 소비 트렌드도 일본 가전에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 중국과 한국 제조사가 저가·단기 교체 주기로 시장을 장악해온 데 대한 반작용으로,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오래 쓰고, 수리하기 쉬우며, 환경 부담이 낮은’ 제품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EU의 에코디자인 규제 강화가 보여주듯, 내구성과 수리 가능성은 이제 중요한 구매 기준이 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AI 냉장고, 스마트 에어컨, 에너지 절약형 세탁기 등 고가·기술 선도형 가전에 대한 수요가 강해지고 있다. 장기적인 비용 절감과 환경 측면의 이점 때문에 프리미엄 가전의 인기도 높아지는 흐름이다.

해외에서 히타치 브랜드는 여전히 높은 신뢰를 얻고 있다. 노지마는 이번 인수를 통해 터키 대기업 아르첼리크가 보유한 AHHA(아르첼리크 히타치 홈 어플라이언스)의 지분도 완전 자회사화하며, 국내외 히타치 브랜드 가전 사업을 일원화해 운영하는 체제를 갖추게 된다. 이는 단순한 국내 사업 재편이 아니라, 히타치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새 경영진이 본격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

다카노는 “일본의 제조 품질과 해외에서의 히타치 브랜드 인지도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며 “문제는 속도와 상품 기획의 유연성이었고, 노지마의 유통 경험이 그 약점을 보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제품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3가지 처방전

① UX ‘락인’ 전략

스마트홈 국제 연결 규격 ‘Matter’가 표준화된 이후, 경쟁 축은 ‘어떤 기기와도 연결되느냐’에서 ‘어떻게 삶을 풍요롭게 하느냐’로 이동했다. 연결성은 이제 기본 전제에 불과하며, 차별화의 원천은 소프트웨어와 사용 경험 설계에 있다.

이 지점에서 일본 기업의 강점이 다시 살아날 여지가 있다. 히타치의 가사 알고리즘, 미쓰비시전기의 전력 제어, 소니의 이미지센서 등을 AI로 통합해 “일본 제품으로 채운 생활공간의 삶의 질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면, 제조사 경계를 넘어선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연결 규격은 세계 표준을 따르되, 서비스는 일본식으로 설계하는 역발상이다.

② ‘단품 판매’에서 서비타이제이션으로

파나소닉은 2020년 가전 구독 서비스를 시작해 시행착오를 거치며 ‘라이프스타일의 흐름에 맞춰 라인업을 전개하는 것이 장기 이용으로 이어진다’는 경험을 축적해왔다. 2026년 1월에는 밥솥·전자레인지·냉장고·세탁기를 월 4,980엔(약 4만 5천 원)에 빌려주는 1인 가구 대상 구독 서비스도 시작했다.

노지마가 매장 접객 현장에서 축적해온 고객 데이터는 이 같은 서비스화에 필수적인 자산이다. 구매 이력, 고장 경향, 사용 패턴을 분석하면 고장 징후 알림이나 소모품 자동 추천처럼 ‘판매 이후에도 수익이 이어지는’ 고객생애가치 모델로 전환할 수 있다. 단발성 판매 이익에 의존하지 않는 수익 구조는 일본 가전 기업의 고질적인 낮은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는 해법이 될 수 있다.

③ 니치톱의 철저한 세분화

노지마는 2025년 1월 VAIO를 연결 자회사로 편입하며 “자사의 강점인 고객 접점과 VAIO의 고품질 제조를 결합함으로써 고객 만족도가 향상되고 실적도 견조하게 추이하고 있다”고 밝혔다.

VAIO가 범용 PC가 아닌 ‘고집 있는 직장인을 위한 고품질 PC’에 특화해 살아남았듯, 가전에서도 같은 논리가 성립한다. ‘1인 가구를 위한 최고급 밥솥’, ‘고령자 돌봄에 특화된 냉장고’,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에 최적화된 공기청정기’——철저한 세분화로 중국 제조사의 물량 공세를 피하고, 가격 경쟁에 휘말리지 않는 니치톱 전략이 유효하다.

‘레이와의 가전 생태계’ 윤곽

야마다홀딩스가 주택 사업과 가전을 통합하듯, 노지마가 제조 기능을 내재화하듯, 가전 유통은 ‘단순한 도·소매’에서 ‘라이프스타일 제안업’으로 구조 전환하고 있다.

이 수직 통합이 갖는 가장 큰 의미는, 제조사가 과도한 판촉비와 가격 인하 압박에서 해방된다는 점이다. 그 여력을 본래의 강점인 연구개발(R&D)에 재투자할 수 있다면, 기술력→제품 품질→브랜드 가치라는 선순환이 생겨난다.

다카노는 “과거 일본 가전 제조사의 강점은 연구개발에 대한 대규모 투자였지만, 낮은 수익성이 그 순환을 끊어왔다”며 “제판 일체 모델이 수익성을 개선한다면 연구개발 재투자가 다시 가능해지고, 산업 전체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제2의 창업’이 시작된다

“제품은 좋은데…”라는 과거의 탄식은 사실 일본 제품의 잠재력을 인정하는 말이기도 했다. 기술은 있었지만 부족했던 것은 고객 관점과 경영 속도였다.

노지마와 히타치가 도전하는 것은 그 구조적 약점을 ‘양판점과 제조사의 융합’이라는 방식으로 메우는 일이다. 1100억 엔(약 1000억 원) 규모의 투자는 분명 리스크를 동반한다. 그러나 성공한다면 제조와 판매가 긴밀하게 결합한 새 모델이 일본 가전의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있다.

목표는 과거처럼 단순히 세계 시장 점유율을 되찾는 것이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일본 가전을 되살리는 일이다. 2026년 일본 가전은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제2의 창업을 맞이하고 있다.

(문 = BUSINESS JOURNAL 편집부, 협력 = 타카노 테루/전략 컨설턴트)

author-img
bizjournal
bizjournal@viewusedition.com

댓글0

300

댓글0

[글로벌 경제] 랭킹 뉴스

  • 20년 만에 끝난 일본의 초저금리 시대...원금은 그대로, 이자만 쌓인다
  • 14년간 아무도 안 키웠다…일본 원전 엔지니어 씨가 마른다

[글로벌 경제] 공감 뉴스

    [글로벌 경제] 인기 뉴스

    • 20년 만에 끝난 일본의 초저금리 시대...원금은 그대로, 이자만 쌓인다
    • 14년간 아무도 안 키웠다…일본 원전 엔지니어 씨가 마른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