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다 망해…” 요즘 성형외과 의사들 울리면서 대박친 제품

신사역 8번 출구를 오르다 보면 벽면 한쪽을 가득 채운 성형외과 광고들을 볼 수 있습니다. 압구정 일대를 거닐면 한 블록에 하나씩 성형외과를 마주치기도 하죠. 그만큼 한국에는 성형외과가 많고, 의사들의 실력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외국에서 원정 수술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최근 성형외과 진료의 진입장벽을 낮춰주지만 정작 원장님들에게는 골치덩이인 어플이 인기를 얻고 있다는데요. 바로 힐링 페이퍼에서 출시한 '강남 언니'입니다.  


수술 견적을 어플로


미용 시술·수술을 상담하기 위해 성형외과나 피부과를 방문하면 의사 선생님의 진료 후  한가지 더 거쳐야 할 단계가 있습니다.  바로  각 병원의 '실장님'들과 시술 내용, 그리고 결제 방식을 논의하는 과정이죠. 가끔은 한꺼번에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는 패키지 시술이나 비싼 프로그램을 은근히 권하기도 해서 약간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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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다룰 '강남 언니'는 이런 부담감을 최소화해 주는 어플입니다. 2015년 의사 2명이 출시한 이 어플은, 성형을 고려하는 사람들이  병원을 찾지 않고도 견적을 받아볼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3가지 각도에서 촬영한 사진과 함께 가용예산, 원하는 스타일 등을 남기면 병원 측에서 예상 소요 비용 견적을 답변해주는 방식이죠. 강남 언니에는 현재 전국 1300여 개의 병원이 입점해 있어 발품을 팔거나 불편한 대면 상담을 거치지 않고도 다양한 병원에서 견적을 받고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 이런 점이 수술 희망자들의 유입률·이용률을 높이고 있죠.


승승장구 중인 힐링 페이퍼


강남 언니를 개발한 '힐링 페이퍼'는 웹사이트에 '의료 서비스의 규모 제한성으로 인한 고비용 문제, 전문가·비전문가 사이의 정보 불균형 문제를 정보통신기술로 풀어내려 한다'고 회사 설립의 목적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2012년 7월 설립된 이 법인에서는 2013년 만성질환자의 건강 관리 애플리케이션 '힐링 페이퍼'를 선보였죠. 하지만 수익모델을 확립하는 데는 실패합니다. 무려 2년 동안 매출이 0원에 머무는 흑역사를 쓰게 되었죠.  


인사이트

이후 2015년, 두 번째로 출시된 것이 바로 강남 언니입니다. 강남 언니가 인기를 얻자, 힐링 페이퍼에 대한 주목도도 덩달아 올라갔죠. 지난 3월에는 프리미어파트너스, 원익투자파트너스, 스톤브릿지벤처스 등 사모펀드 운용사들로부터 45억 원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습니다.  


성형외과 의사들은 울상


중앙일보 / 네이버 블로그 블루맘

서로의 시간· 비용을 절약해 주는 어플이니 환자와 병원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성형외과들은 이 앱이 그다지 달갑지만은 않은 눈치입니다. 한자리에서 견적을 비교할 수 있으니 가격적 메리트가 점점 중요해지고, 결국은 의사들 사이에서 제 살 깎아먹기 식의 가격경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성형외과 의사들은 이런 점이 오히려 환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경고합니다. 심한 경우 통상 150~200만 원 하는 쌍꺼풀 수술을 29만 원에 해주겠다는 광고를 내걸기도 하는데, 이러면 병원에서는 충분한 이윤을 남길 수 없고 따라서 불필요한 시술까지 권유하는 과잉진료를 할 가능성도 커진다는 것이죠. 그렇다고 강남 언니에 입점을 하지 말자니, 인지도가 부족한 신생 병원들은 고객을 유치하는 데에 차질이 생깁니다. 


강남 언니의 위법성 논란


연합뉴스

지난 1월, 강남구 보건소는 '관련 민원이 들어왔고, 수사 대상으로 파악되었다'며 강남 언니를 경찰서에 고발합니다. 강남 경찰서는 현재 힐링 페이퍼와 입점 병원 등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죠. 대한의사협회 역시 병원들에 공문을 발송해 강남 언니 등 성형 앱이 의료법 제27조 3항, 제56조 2항 위반의 소지가 있으니 주의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의료법 제27조 3항은 "누구든지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에 따른 본인 부담금을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행위, 금품 등을 제공하거나 불특정 다수인에게 교통 편의를 제공하는 행위 등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강남 언니는 CPA 방식(타깃이 광고주가 원하는 행동을 취할 때마다 광고비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광고비를 책정하고 있는데요. 의협 등은 고객의 상담 신청 건수가 많을수록 광고비를 더 받는 이 방식이 사실상 환자 유인 행위라고 판단하는 겁니다. 


후생신보

이런 논란에 대해 힐링 페이퍼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CPA는 포털 등 검색광고 업체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광고비 책정 방식"이라며 의료법과는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는데요. 과연 강남 언니를 비롯한 성형 앱들은 고객들의 진료를 쉽게 만들어주는 조력자로 남을 수 있을지, 나아가 합리적이고 안전한 수술을 위한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을지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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