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과 함께 같은 날 아카데미상 받았다는 한국인 감독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아카데미 사로잡은 감독

영화 ‘미나리’에서 할머니 순자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윤여정이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한국 배우가 오스카 배우상을 받은 것은 역대 최초로 아시아 여배우로서는 일본인 우메키 미요시 이후 64년 만의 성과다.

많은 이들이 윤여정의 수상에만 관심을 보내고 있을 때 또 다른 한국인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자가 탄생했었다.

그녀의 이름은 노영란 애니메이터다.

노영란 애니메이터는 어린 시절 만화가를 꿈꾸며 경기예고 만화창작과, 계원예대 애니메이션학과를 졸업한 뒤 캘리포니아 예술학교로 유학을 갔다.

학업을 마치고 프리랜서로 활동을 시작한 그녀는 지난해 예술학교 교수의 추천으로 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노영란 애니메이터와 프로듀서 1명, 작가 2명 총 4명으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단편 애니메이션 ‘혹시 내게 무슨일이 생기면'(If anything happens I love you)을 탄생시켰다.

캐릭터 디자인부터 콘티까지 그녀는 대부분의 작업을 혼자 하다시피 했지만 결국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비록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여파로 인해 인원이 제한되면서 시상식에 직접 참석하지 못했지만 노 애니메이터는 라이브를 통해 다른 동료들과 수상의 기쁨을 나눴다.

그녀와 동료들이 만들어낸 ‘혹시 내게 무슨일이 생기면’은 12분짜리 단편 애니메이션이다.

해당 작품은 총기 사고로 사랑하는 딸을 잃은 부부가 겪는 정신적 고통을 표현하고 있다.

딸의 물건을 정리하며 아빠와 엄마는 고개를 떨구고 혹시 딸의 죽음이 등교를 말리지 못한 자신들의 잘못은 아닐까 미안해하며 눈물을 흘린다.

그럼에도 아빠와 엄마는 아픔을 딛고 다시 일어선다.

12분의 짧은 영상이지만 노영란 애니메이터는 부모가 느끼는 아픔과 슬픔, 비극 너머에 희망이 있다는 확신을 완벽하게 캐릭터에 녹여냈다.

또한 해당 작품은 흑백에 가까운 무채색으로 제작됐으며 대사 없이 상황과 캐릭터들의 표정으로만 스토리를 끌고 나간다.

노 애니메이터와 그녀의 동료들이 이 같은 방법을 선택한 것은 죄 없는 아이들이 총기 사고로 희생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메시지 전달 때문이었다.

실제 그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애니메이션을 보는 사람들 누구도 마음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그녀는 “자식 잃은 슬픔은 감히 공감할 수 없는 마음이라 고민이 많았다. 더 섬세하게 작업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소회를 전했다.

작품을 제작하면서 전체적인 분위기는 영화 ‘생일’에 출연한 전도연에게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녀는 “자식 잃은 슬픔이라는 게 아무리 공감해도 감히 공감할 수 없는 마음이다. 그런데 우연히 캐릭터 디자인할 당시 전도연 배우가 출연한 ‘생일’을 봤고 거기서 영감을 얻었다”라고 설명했다.

첫 작품으로 아카데미 수상에 성공한 노 애니메이터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노영란 애니메이터는 “지금 동료들과 새로운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 앞으로는 직접 글도 쓰고 감독이 돼서 실사 영화도 찍고 싶다”라고 포부를 전했다.

한편 한국인 애니메이터의 귀중한 수상 소식에 누리꾼들은 “앞으로 더 좋은 작품 기대하겠다”, “꼭 봐야겠다”, “늦었지만 다시 한번 수상 축하드려요” 등 뜨거운 반응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