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인데…” 2030 직원들이 한국은행 퇴사하는 이유

2030 직원들이
한국은행 퇴사하는 이유

‘신의 직장’이 어디인가를 따지는 기준은 개인마다 각기 다르다.

하지만 신의 직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에 연봉이 빠질 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작년 한해 연봉 1억 원을 웃돌았던 한국은행은 한국의 중앙은행에서 근무한다는 사회적 지위와 평판을 얻을 수도 있어 ‘신의 직장’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최근 2030 세대 직원들이 한국은행에 대한 분통을 터트리며 퇴사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한국의 중앙은행으로 직업 안정성만큼이나 전문적인 지식과 역량이 필요해 높은 연봉을 주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실제로 한국은행의 연봉은 작년에 비해 소폭 상승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평균 연봉 1억 원을 돌파했다.

그 명예와 높은 연봉 때문에 많은 우리나라의 엘리트 금융인들이 목표로 하는 기업이기도 하다.

인기를 증명하듯 한국은행은 매년 4000명 이상의 지원자가 몰려 경쟁률이 60 대 1부터 많게는 100 대 1까지 치솟기도 한다.

하지만 지난 2일 금융계에 따르면 그런 어려움을 뚫고 한국은행에 입사한 직원들이 지난달에만 8명 사표를 쓴 것으로 확인되었다.

주요 부서인 금융안정국과 금융시장국 직원인 5년 차 직원 두 명이 각각 SBI 인베스트먼트와 한국투자신탁운용으로 이직했다.

11년 차 직원은 쿠팡으로 이직했고 그 외의 직원들도 핀테크 기업으로 옮기는 등 대부분 2030세대 직원들이 줄줄이 퇴사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노동 소득의 가치 하락과 보수적인 공기업의 조직문화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가장 먼저 2030 직원들은 1억 연봉이 ‘평균의 함정’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주열 총재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의 연봉은 3억을 훨씬 웃돌고 연공서열이 높은 직원들도 연봉이 1억을 넘는 경우가 다반사이지만 2030 세대 직원들은 그렇지 않다.

한은 직원은 “대부분 2030 직원들 연봉은 4,000~7,000만 원가량”이라고 밝히면서 “절대적인 기준으로 연봉이 낮은 것은 아니나 주변 친구들과 견줘보면 크지 않아 박탈감이 상당하다”라고 밝혔다.

더불어 “치열한 입사 경쟁의 결과물이 고작 이건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한국은행의 2030 세대 사이에서는 월급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심지어 한국은행의 대표적인 복지 중 하나였던 사택지원제도는 집값이 폭등해 유명무실해졌다.

사택지원제도는 전세 보증금 3억 원 이하의 주택을 구하는 직원에게 최대 3억 원을 대출해주는 제도이나 서울 시내에서는 3억 이하의 전셋집을 구하기조차 어렵다.

이렇듯 집값은 폭등하고 근로 소득의 가치는 하락하면서 많은 한국은행 직원들이 박탈감을 느꼈다.

또 다른 이유로 보수적인 경영진과 조직문화를 들 수 있다.

2030세대 직원들은 한국은행이 치열한 입사 경쟁으로 신입 직원들에게 높은 수준의 자격을 요하지만 그렇게 뽑힌 직원들은 정작 기계적인 조직 문화 속에서 정해진 일만 처리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다른 공부를 위해 한은을 그만둔 직원은 “입사하기 전에는 통화정책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정작 주로 했던 일은 그래프의 꺾은 선 각도를 고민하는 일이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아무리 열심히 해도 신입이 성과 평가를 잘 받기는 쉽지 않다”라며 연공 서열에 따라서 공과를 몰아주는 사내 문화도 지적받았다.

더불어 한은의 ‘순환근무제’나 보수적인 일처리 방식도 많은 지적을 받았다.

순환근무제는 2년마다 다른 팀에 속해 일해야 하는 제도로 직원들의 전문성을 갉아먹는다는 비난을 받았다.

여기에 세상은 빠르게 변해가고 있는 반면, 옛날 방식의 시스템으로 일을 처리해야 해 한국은행에 계속 머무른다면 10년 후 본인의 전문성에 대해 확신할 수 없다는 의견이 있었다.

한편, 한국은행 내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글로벌 컨설팅 기업과 손잡고 경영혁신에 대한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