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에게 유행이라는 ‘위장 미혼’, 방법도 기가 막혔다

결혼은 했지만 혼인신고는
하지 않는 신혼부부

최근 들어 결혼식은 올렸지만 정식 부부가 되기 위한 혼인신고 절차는 뛰어넘는 신혼부부가 늘어나고 있다.

물론, 개인의 사정에 따라 혼인신고의 유무는 선택일 뿐이다.

하지만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신혼부부들의 대부분이 ‘주택청약’이 큰 이유라고 밝혀 많은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줬다.

그들은 내 집 마련을 위해 일명 ‘위장 미혼’도 서슴지 않았다.

지난 3월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혼인신고 잠정 집계 건수는 21만 3,513건으로, 통계가 집계된 1981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10.7% 폭락해, 역대 가장 감소 폭이 컸던 1997년 IMF 당시(10.6%)를 넘어섰다.

기존의 결혼 감소세에 더해, 결혼을 하고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현상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더불어 코로나 사태뿐 아니라 지난해 집값 폭등으로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예비·신혼부부들이 결혼 자체를 미루거나 혼인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이유는 다름 아닌 ‘주택청약’을 위해서다.

혼인신고를 미루고 ‘위장 미혼’으로 사는 젊은 부부들은 “지금 부동산 시장에선 혼인신고를 하면 도저히 집을 살 방법이 없다”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제공하는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벽이 높고, 혼인신고를 하면 법적으로 ‘한 몸’이 되다 보니 각각 미혼 신분으로 청약을 넣을 때보다 기회가 반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혼인신고를 하면 연말정산에서 배우자 공제를 받는 등 이점도 있지만, 부동산으로 얻는 이득만은 못하다는 게 젊은 부부들의 얘기다.

또한 청약에 당첨된다고 해도 전세금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으려면 미혼이 훨씬 유리하다.

시중은행에서 대출받을 때 한 명이라도 무주택자여야 대출을 받을 때 유리하게 작용하며 부부의 경우 소득을 합산해 심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주택자에게 양도세가 중과된다는 점도 신혼부부에겐 불리하다.

각자 주택 1채씩 소유한 부부가 혼인신고를 하면 ‘1가구 2주택자’에 해당되기에 신혼부부는 어쩔 수 없이 위장 미혼을 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신혼부부들에게 혼인신고란 이제 하나의 ‘재테크’ 수단에 불과해졌으며 혼인신고 시점은 ‘결혼’이 아닌 ‘부동산 사고팔기 유리할 때’로 변화했다.

실제로 경기도 화성에 거주하고 있는 직장인 최 씨는 작년 12월 결혼식을 올렸지만 아직 법적으로는 ‘미혼’상태다.

혼인신고를 계속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남편과 상의했는데 혼인신고의 장점은 없고 단점만 많더라”라고 말하며 “애를 낳게 되면 그때 신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혼인신고를 해봤자 ‘신혼부부 주택 특별공급’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도 그녀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해당 부부의 연간 합산 소득은 1억 2,000만 원으로 신혼부부의 주택청약 우선 공급 기준인 도시 근로자 평균 소득의 120%(8,100만 원)를 훌쩍 넘는다.

최 씨는 “혼인신고를 안 하면 나와 남편이 각자의 통장으로 청약을 넣을 수 있어 분양 기회가 2배”라고 말했다.

다른 신혼부부들 또한 “청약이 거의 로또 수준이라 청약통장을 하나만 가지고 있는 것보단 두 개인 것이 가능성이 높지 않겠냐”라며 공감했다.

한 커뮤니티에서는 위장 미혼에 대해 고민하는 부부가 글을 게재하자 댓글을 통해 “요새 결혼 후 2년 정도는 안 하는 것 같다”, “저도 안 했는데 10년 이상 안 할 예정”, “굳이 할 필요가 없다”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특별공급이든 일반공급이든 청약 자체가 로또가 돼 당첨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더 높이기 위한 ‘내 집 마련’ 목적의 혼인신고 지연 사례가 지나치게 늘어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다.

한 전문가는 해당 상황에 대해 “결혼 당사자들이 원해서 혼인신고를 안 하는 것이 아닌 만큼 이렇게까지 해야 겨우 주택을 소유할 수 있는 세태가 문제”라고 전했다.

이어 “정부가 혼인신고 안 하는 결혼 생활의 실태를 파악하고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지 경청해 그에 맞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