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카메라 사업
기존 3사에 밀려 철수
기술력 스마트폰에 녹여
최근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 참석했던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의 발언이 연일 화제다. 취재진의 카메라를 유심히 살핀 이 회장이 카메라 브랜드를 언급하자 그의 부친이 아꼈던 카메라 사업이 재조명됐다.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부터 이건희 회장까지 카메라 사업은 부자(父子)가 계속 도전해온 분야였다. 1970년대, 삼성은 일본 미놀타와 기술 제휴해 콤팩트 필름 카메라를 조립하고, 전문가용 일안 반사식(SLR) 카메라를 수입해 팔았다. 광학 기술, 전자, 정밀기계의 집약체인 카메라 사업 없이는 세계적 전자기업으로 도약이 어렵다는 판단에서 비롯했다.
1979년엔 미놀타와 기술제휴로 레인지 파인더 카메라인 ‘하이매틱-S’를 생산했다. 이후 1980년대 독자 기술로 콤팩트 카메라를 생산했고 1996년에는 ‘케녹스‘(KENOX) 시리즈를 선보이며 사업을 키웠다.
자동초점(AF) 기능, 세계 첫 광학 4배줌 카메라 등을 만들었지만 세계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1995년엔 독일 유명 카메라 업체인 롤라이를 인수했지만 4년 뒤 재매각했다. 하지만 삼성은 포기하지 않았다.
이후에도 삼성항공-삼성테크윈 등에서 카메라 사업을 지속했다. 디지털카메라 시대가 열린 뒤엔 일본 펜탁스와 제휴해 자체 디지털 SLR 카메라인 ‘GX’ 시리즈를 내놓기도 했다. 특히 2009년 앞 뒷면에 LCD 화면을 장착한 콤팩트 카메라 ‘ST500’이 ‘셀피’ 열풍속에 세계적인 호평을 받았고 당시 삼성은 디지털카메라 업계 3위까지 올라섰다.
같은 해 삼성전자는 본격적인 하이엔드 카메라 개발에 나섰다. 그 결과 2010년 세계 최초 ‘APS-C’ 규격의 미러리스 카메라 ‘NX10’을 출시했다. 이어 2012년 이건희 회장은 “3년 안에 카메라 세계 1위 달성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이 회장의 바람과 달리, 카메라 사업은 진전을 보지 못했다. 캐논과 니콘, 소니 등 글로벌 강자들이 수십 년간 축적한 센서와 광학 기술력에 뒤졌고, 휴대전화 카메라가 디지털카메라 시장을 잠식하면서 2016년 삼성은 공식적으로 카메라 시장에서 철수했다.
하지만 기회는 삼성 편에 있었다. 30년 넘게 카메라 사업을 하면서 쌓은 광학 기술과 오랫동안 쌓아온 반도체 기술을 결합한 디지털 이미지 센서 제작 기술은 스마트폰 사업에서 빛을 발했다. 갤럭시S5에 독자 이미지센서 ‘아이소셀’을 탑재한 것을 시작으로 이후 갤럭시 시리즈의 카메라 성능은 비약적 발전을 이뤘다.
2019년에 출시한 갤럭시 S20엔 삼성의 카메라 기술력이 모두 녹아 들어갔다. 스마트폰 첫 ‘100배줌’ 기술이라 불리는 폴디드줌(일명 잠망경줌)이 탑재됐다.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속속 삼성 이미지 센서를 채택하고 있다.